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초저녁..
허름한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
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
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다...
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
거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...
퀘퀘한 냄새가 완전히 코를 찌르고도 충분했기에
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
그들을 향해 소리쳤다...
" 이봐요!!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!!"
아이는 아무 말없이 앞 못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
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.
주인아저씨는 그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
왔다는 것을 알았다...
" 저어...아저씨!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"
" 응 그래..알았다..근데 얘야 이리 좀 와 볼래 "
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아저씨는 손짓으로 아이를 불렀다...
"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...
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.."
그렇지 않아도 주눅이 든 아이는
주인아저씨의 말에 낯빛이 금방 시무룩해졌다...
" 아저씨..우리 빨리 먹고 갈게요...
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..."
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원짜리 몇 장과
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애원하며 보였다...
" 알았다...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 "
잠시 후 주인아저씨는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...
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
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...
"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께..잠시만.."
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
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...
그리고는 국밥속에 들어 있는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
앞 못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...
" 아빠 이제 됐어...어서 먹어...
근데 주인아저씨가 우리보고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..
어서 밥 떠...내가 김치 올려줄께..."
수저를 들고 있는 눈먼 아빠의 두 눈 가득히
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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