전문적인 암벽 등반이 아니라 워킹 산행중에 암릉 구간을 만났을 때 로프와 슬링과 카라비너만 가지고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다가 이에 활용할 수 있는 매듭 세 가지를 고안해 보았습니다.
첫 번째 매듭은 등강기 대용이나 제트 풀리 시스템(홀링 시스템)에 사용할 수 있으며, 슬랩 등과 같이 추락의 강도가 비교적 약하게 발생하는 지형에서 선등자 및 후등자 확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.
본 매듭과 유사한 원리의 기존 매듭으로는 [그림 1]의 프루지크 매듭(1), 바흐만 매듭(2), 클렘 하이스트 매듭(3), 오토 블록(4), 터벅 매듭(5)이 있습니다.
[그림 1]
본 매듭의 절차는 우선 [그림 2]와 같이 코드 슬링 양끝을 이중 피셔맨즈 매듭으로 묶어 잠금 카라비너에 끼우고 로프에 교차하도록 위치시킵니다.
[그림 2]
[그림 3]과 같이 한 쌍의 코드 슬링이 로프 위를 최소 5회 이상 지나가도록 감습니다.
[그림 3]
[그림 4]와 같이 코드 슬링을 카라비너 속으로 통과시키고 카라비너를 잠그면 완료됩니다.
[그림 4]
이 상태에서 [그림 5]와 같이 코드 슬링을 당기면 로프에 강하게 조여지면서 고정됩니다.
[그림 5]
본 매듭은 기존의 프루지크, 바흐만, 클렘 하이스트 매듭보다 매듭하기가 쉬우며, 하중이 가해졌을 때 더욱 강한 마찰력을 발휘하고, 하중이 없어지면 아주 잘 느슨해지므로 로프상으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.
[그림 6], [그림 7]과 같이 가는 끈을 코드 슬링에 거스 히치와 하프 클로브 히치 매듭으로 묶어 두면 이 끈을 당겨 한결 쉽게 로프상을 이동시킬 수도 있습니다.
[그림 7]
그리고 싱글 로프 뿐만 아니라 트윈 로프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, 두꺼운 직경의 코드 슬링을 사용해도 우수한 마찰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다른 매듭보다 상대적으로 큰 하중에 견딜 수 있으며, 로프의 손상도 적습니다.
또한 본 매듭은 하중이 걸려있는 상태에서도 풀 수 있기 때문에 하강기를 설치한 후, 하중이 걸려있는 본 매듭을 풀어 하중이 하강기에 걸리도록 하는 장비 교체가 가능합니다.
본 매듭으로 선등자 및 후등자 확보를 할 때에는 순간적인 충격에도 보다 확실하고 신속하게 자동 잠금(Auto Lock) 기능이 발휘되도록 [그림 8]과 같이 로프가 'ㄱ'자로 꺾여있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로프를 풀거나 당기고, 아니면 [그림 9]와 같이 로프에 하프 클로브 히치 매듭으로 카라비너를 매달아 로프를 따라 이동시키면서 로프를 풀거나 당기는 것이 좋습니다.
[그림 9]
아울러 본 매듭에 사용되는 코드 슬링과 잠금 카라비너는 개인 확보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.
두 번째 매듭은 [그림 10]의 트랙션 풀리와 같이 로프를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후등자 확보와 제트 풀리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으며, 제한적으로 등강기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.
[그림 10]
기존에 이런 기능의 매듭으로 [그림 11]의 가르타 하트 매듭(the Garta Hart knot)이 있지만 이는 하중이 가해질 때 자동 잠금 기능이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사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큽니다.
[그림 11]
이곳을 클릭하면 가르타 하트 매듭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실제 가르타 하트 매듭에 하중이 가해졌을 때 자동 잠금 기능이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.
본 매듭의 절차는 우선 [그림 12]와 같이 로프를 잠금 카라비너에 통과시킵니다.
[그림 12]
[그림 13]과 같이 로프를 이동시킬 방향으로 한 번 감아 고리를 만듭니다.
[그림 13]
[그림 14]와 같이 고리를 확보물(카리비너) 쪽으로 젖힙니다.
[그림 14]
[그림 15]와 같이 로프를 이동시킬 방향의 맞은편에서 젖혀진 고리와 확보물(카라비너)을 또 다른 잠금 카라비너로 연결하고, 각 카라비너를 모두 잠그면 완료됩니다.
[그림 15]
[그림 16]의 1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에 하중이 가해지면 본 매듭은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 로프 이동을 막게 되지만 하중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2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를 당기면 본 매듭이 느슨해지면서 큰 저항없이 로프가 끌려오게 됩니다.
[그림 16]
하지만 본 매듭을 사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큰 라운드형의 HMS 잠금 카라비너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, 로프와 접하는 두 개의 카라비너가 서로 비슷한 크기여야 하고, 이 두 카라비너의 위치가 서로 바뀌지 않도록 금속제 케이블이나 또 다른 카라비너에 고정해야 합니다.
로프와 접하는 두 개의 카라비너를 슬링에 고정할 경우, 극히 드물지만 [그림 17]과 같이 위치가 서로 바뀔 수 있어 [그림 16]의 1번 화살표 방향으로 하중이 가해졌을 때 자동으로 잠기지 않고 그냥 풀려나갈 수 있습니다.
[그림 17]
두 번째 매듭의 전제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매듭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세 번째 매듭입니다.
그러나 세 번째 매듭은 두 번째 매듭에 비해 로프 이동시 마찰 저항이 조금 더 큽니다.
본 매듭은 두 번째 매듭과 달리 [그림 18]처럼 잠금 카라비너에 로프를 이동시킬 방향으로 두 번 감아 두 개의 고리를 만듭니다.
[그림 18]
[그림 19]와 같이 위쪽 고리를 아래쪽 고리 안으로 통과시킵니다.
[그림 19]
[그림 20]과 같이 카라비너의 좌, 우측 아무쪽에서 통과된 고리와 확보물(슬링)을 또 다른 잠금 카라비너로 연결하고, 각 카라비너를 모두 잠그면 완료됩니다.
[그림 20]
[그림 21]의 1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에 하중이 가해지면 본 매듭은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 로프 이동을 막게 되지만 하중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2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를 당기면 본 매듭이 느슨해지면서 큰 저항없이 로프가 끌려옵니다.
[그림 21]
두 번째와 세 번째 매듭은 하중이 가해진 팽팽한 로프상에서는 이동이 불가능합니다.
두 개의 등강기를 사용하여 로프를 올라가는 경우 줄사다리를 매다는 아래쪽 등강기는 하중이 가해지지 않은 로프상을 이동시키며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하여 두 번째와 세 번째 매듭을 등강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.
지금까지 설명한 매듭들을 실제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.
[그림 22]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매듭을 통해 후등자 확보를 하던 중 후등자가 스스로 올라오거나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첫 번째 매듭과 로프의 말단 부분과 카라비너를 통해 독립적으로 제트 풀리 시스템을 만들어 후등자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가상으로 구성해 본 것입니다.
[그림 22]
로프를 1번 화살표 방향으로 당기면 6번 구간(제트 풀리)이 좁혀지면서 첫 번째 매듭은 로프를 3번 화살표 방향으로 끌어당기게 됩니다.
이 때 제트 풀리로 로프를 당기는 힘은 마찰을 무시하였을 때 이론적으로 1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를 당기는 힘의 세 배가 됩니다.
6번 구간이 좁혀지므로 인해 상대적으로 7번 구간이 느슨해지게 되는데 다른 한 손으로 5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를 당겨 7번 구간이 다시 팽팽하게 만들고, 먼저 잡고 있던 로프를 2번 화살표 방향으로 풀어주면서 첫 번째 매듭을 4번 화살표 방향으로 로프상을 이동시킨 후, 다시 앞의 과정을 반복하여 후등자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.
이상 소개드린 매듭법이 여러분들의 안전 산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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